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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의 세계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에게로 돌아가라> 칼 포퍼의 뼈있는 독설!철학 2017. 9. 25. 17:35
이 포스팅은 국민대학교 교양수업 <철학의 물음들>의 수업내용 정리인 동시에 중간고사 대비인 동시에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에게로 돌아가라>를 이해하기 위함이 목적입니다.
1. 칼 포퍼는 이 논문이 (이 텍스트는 칼 포퍼의 논문입니다.) 현대 철학의 유행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이 아니라고 밝혀두고 있습니다. 그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합리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오니아 학파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비판적인 자세' 라고도 달리 말하고 있습니다.
*포퍼는 이오니아 학파의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이 세사람을 중점적으로 논합니다.
그는 철학이 우주론과 순수한 인식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대상 혹은 현상을 인식합니다.
*인식이 모여 지식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그 지식이 체계화 되면 Science가 됩니다. 우리는 흔히 Science를 '과학' 으로 단순히 생각하지만, 원래 Science는 지식이 체계를 이룬것을 의미했습니다.
여기서 인식론은 앎 자체를 연구하는것, 인식에대한 인식을 말하죠. 즉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포퍼는 과학 뿐만 아니라 철학의 관심도 오로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앎과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증대시키려는 대담한 시도를 가져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철학이 그러한 추구를 포기할때, 즉 그것이 지나치게 전문화되어 세계의 수수께끼들을 알려하지 않고, 그것들에 경탄하기를 그만둘 때 그들의 모든 매력은 상실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어떤 단어나 어구를 사용했을 거시고 또 어떤 단어나 어구는 사용했을리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가 없다며 말이죠.
2. 포퍼는 이후로 두가지 관점을 펼쳐나갑니다. 그것은 대립구도를 이루고 있어요. 일단은
ㄱ. 우주론적인 것 <-> 쓸데없는 것
ㄴ. 비판에의한 추론과 반박 <-> 경험으로 쌓아가는 이론의 권위
정도로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ㄱ.
우주론적인 것은 '세계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세계가 신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등이고
쓸데없는 것은 '이것이 오렌지라는것을 나는 어떻게 아는가', '내가 지금 지각하고 있는 대상이 오렌지라는 것을 나는 어떻게 아는가' 등이라 볼 수 있습니다.
*논리실증주의 '비엔나 학파' 대표적 철학자로 비트겐슈타인이 있습니다. 당시 비트겐슈타인은 철학계 스타였고 포퍼는 그에비에 약간 후달렸대요.
포퍼는 이에대해 "어쨌든 서양과학이 오렌지에 관한 관찰의 수집과 더불어서가 아니라, 세계에 관한 대담한 이론들과 더불어 시작했다는 것" 이라 말합니다.
ㄴ. 전통적인 경험적 인식론과 과학사의 편찬은 둘다 과학은 관찰에서 출발해서 서서히 이론으로 나아간다. (프란시스 베이컨 철학의 영향) 고 말하지만 포퍼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에 대한 연구로부터 과학은 관찰에서 출발해서 이론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예를 들어
탈레스는 "지구는 배처럼 물 위에 떠받쳐져 있으며, 지진이란 그 물의 움직임으로 인한 지구(땅)의 동요를 말한다'고 말했습니다. 포퍼에 따르면 탈레스는 1.배의 흔들림, 2.지진 의 현상들을 관찰한 것입니다.
(이제 ㄴ이 좀 더 길어집니다)
하지만 완전히 경험에만 의존했다면 이조차 생각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구는 배처럼생겨 물 위에 떠있다는걸 우리는 직접 볼 수 없으니까요. 즉 탈레스는 관찰에 바탕을 두진 않았지만 (지구가 배처럼 생긴걸 보고 떠올린건 아니지만) 적어도 경험적이거나 관찰적인 유추 (배가 물에 떠있는모습으로부터 떠올림) 로부터 영감을 얻은것입니다.
하지만 탈레스의 수제자 아낙시만드로스는 매우 직관적이면서 관찰에 의한 유추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그것은 반-관찰적 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낙시만드로스에 따르면
'지구는 ..... 어떤 것에 의해서도 떠받쳐져있지 않으나, 그것이 다른 모든것들로부터 등거리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의 형태는 ..... 북의 형태와 같다. ..... 우리는 그것의 평평한 표면 한쪽을 거닐고 있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 반대편에 있다.'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지구의 모습이랑 상당히 흡사하지 않나요?
공간 속에서 지구의 자유로운 부유상태에 대한 생각과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것에 대한 설명은
어떤 것에서도 관찰에 의해 유추된 것이 아닙니다.
그당시엔 우주에대한 인식조차 없었으니까요.
칼 포퍼는 이 생각이 인간의 전 사상사중에서 가장 대담하고 혁신적이며 놀라운 사상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이후의 아리스타르쿠스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가능하게 했다며 말입니다.
또한 '그것이 등거리 또는 균형상태 때문에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는 것은 뉴턴의 비물질적이면서도 비가시적인 중력에 대한 생각을 어느정도 예기하기까지 합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어떻게 이런 주목할만한 이론에 도달했을까요?
의심할 바 없이 관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추론에 의한 것이고.
그의 스승이자 친척인 이오니아학파의 창시자 탈레스의 이론을 비판함으로써
-지구는 배처럼 물에 떠있다. 그렇다면 그 물은 어디위에 있고 그것은 또 무엇위에 있는가?-
나왔다고 봅니다.
탈레스의 이론은 계속 전개시켜나가면 무한 소급에 이르는 유형의 한 표본이죠.
그리고 계속 버팀목을 세워가는 그러한 체계에서는 더 낮은 버팀목중 어느 하나라도 확보하는데 실패할 경우 모든 체계가 무너져버리게된다는 직관적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으로부터 아낙시만드로스는 세계의 안정성이 버팀목의 체계에 있는것이 아니라 세계의 내적 균형, 구조적인 대칭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아낙시만드로스는 '위' '아래'의 절대적인 의미도 버렸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경험과 상반될 뿐더러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결국 지구가 공 모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이는 아낙시만드로스가 결국 완전히 관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것을 의미하죠.
결국 땅은 평평한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를 지구의 형태에 관한 거의 참된 이론으로 이끌었던 것은 바로 탈레스의 이론에대한 사색적이면서도 비판적인 논증과 추상적이면서도 비판적인 검토였습니다. 그리고 그를 결국 잘못된 길로 인도한 것은 관찰에 의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되면 해와 달을 설명하는데에 있어 부족한점이 생깁니다. 태양과 달이 비슷한 위치에 있을땐 등거리의 원칙이 깨지니까요. 그래서 아낙시만드로스는 지구의 주위를 돌고있는 27배 크기와 18배 크기의 두 거대한 전차바퀴의 테두리를 상상했습니다.
이 거대한 바퀴들은 속이 불로 채워져 있고 바퀴에 뚫린 구멍으로 보이는 불이 해와 달이라고 말한것이죠.
어쨌든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론들이 경험적이라기보다는 비판적, 사색적이라는 데에는 어떠한 의문의 여지도 없습니다. 또한 진리로의 접근만 본다면 이 비판적이고 추상적인 사색은 관찰적인 경험이나 유추보다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베이컨의 추종자들은 이것이 바로 아낙시만드로스가 과학자가 아니었다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답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포퍼는 그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이론에 관해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갖는 설명력과 그 이론이 시험과 비판을 견디어내는지의 여부이다' 고 말합니다.
이론의 기원과 그거시 도달된 방법 (귀납적이든 직관에 의한것이든 어떻든) 에 관한 문제는 그 이론 창시자의 전기를 쓰는 사람에겐 흥미가 있을지 모르나 그것의 과학적 지위나 성격과는 무관하다고 말입니다.
제가 칼 포퍼를 처음 접한 계기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 이라는 책에서 였습니다.
그는 그 책에서 열린사회에 대해 강한 열망을 드러냈습니다. (그 당시 스타 철학자였던 비트겐슈타인에 비해 B급 취급을 받았기 때문일까요?) 스승의 사상을 견고하게 다지고 결국에는 철인정치를 주장하는 플라톤을 열린사회의 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경험과 관찰로 권위를 부여받는 과학을 비판하는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칼 포퍼는 이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야 그것이 발전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면서 잘못된 이론 또한 위대한 업적이라 말합니다.
탈레스의 잘못된 이론으로 인해 그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론이 나오고,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론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천구론이, 태양의 빛반사로 달이 빛난다는 이론이, 마침내는 현재의 태양중심적인 세계체제를 유도했다고 보는것입니다.'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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